제가 리치몬드에 온 것이 1973년이었습니다. 그 때는 한인들도 별로 없었고 아는 사람도 없고 마치 황무지에 온 것 같아 마음은 황량했습니다. "이런데서 앞으로 어떻게 교회를 할 수 있겠나" 하는 처량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하나님이 나를 이곳에 가라 하셨나. 워싱턴에서 괜히 내려왔구나" 하는 후회스러운 마음에서 한동안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곳에서 교회를 세우고 18년 9개월 동안을 섬기고 1991년 만 65세에 이 교회를 은퇴하였습니다. 이 때 제 마음에는 그때 내가 이곳에 내려온 것은 하나님의 뜻이었고 참으로 이곳에 내려오기를 잘 했다고 하는 감회에 젖었습니다. 바울이 아시아에서 밤중에 마게도냐로 가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그리고 갔을때 하나님의 크신 역사가 그곳에 함께 하셨던 것처럼 저는 아무 것도 아니었지만 "하나님은 나를 이곳에 보내어 그의 예정하신 크신 뜻을 이곳에 이루셨구나"하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님은 부족한 저를 불러 그의 크신 역사를 이루셨음을 생각할 때 그저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