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문서선교회(CLC)는, 고대 문명의 배경이 되는 고대 근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관련된 출판을 진행해 왔다. 그 열매가 바로 “고대근동시리즈(지금까지 31권 출간)”이다. 이 책은 고대근동 시리즈 서른 두 번째 책으로서, 두 번째 책인 “고대 근동의 문자와 성경”을 저술하신 장국원 박사님의 역작이다. 관심 있는 독자가 아니라면 “고대 근동”이란 용어 자체가 생소할지 모르겠다. 고대 근동(古代近東, Ancient Near East)은 대체로 오늘날의 중동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세계 문명의 고향이다. 구체적으로는 메소포타미아(오늘날의 이라크와 북동부 시리아), 고대 이집트, 고대 이란(엘람 · 메디아 · 파르티아 · 페르시아), 아나톨리아(오늘날의 터키) 그리고 레반트(오늘날의 시리아 · 레바논 · 이스라엘 · 요르단)를 포괄하는 지역을 의미한다. 또한, 이 지역에 대한 고고학, 역사와 관련하여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었고,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기독교 출판사에서 이런 책을 시리즈로 왜 내고 있을까? 바로 고대 근동이 성경 전체의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고대 근동의 문화와 역사는 성경 저자의 삶과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따라서 성경을 더 풍성하게 읽어내고 이해하려면, 고대 근동의 이해가 필수다.
더 나아가 이 시리즈는 고대근동학의 일반적인 연구하는 년대를 뛰어넘어, 예수님이 탄생하시고 사셨던 공생애 기간까지 포함하여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고대 근동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상을 배경으로 예수님의 생애와 교훈을 이해하고 묵상한다. 특히, 노(老)학자가 그동안 경험하고 체득한 학문적 경건의 극치를 보여준다. 또한, 단순히 고대근동사상과 역사, 그리고 문화에 비추어 성경을 해석하고 이해한 것이 아니다. 뚜렷한 복음주의 신앙을 가지고 고대근동과 예수님 당대,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구원하심이 어떻게 역사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잘 기술하고 있기에 특별하다. 따라서, 학문적 독서와 신앙적 독서의 두 측면을 다 포용한다.
고대 근동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와 동시에 신앙적으로 어떻게 문명과 문화를 바라보고,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은 통찰을 주는 책이다.
저자 서문
제1장 서론
제2장 신학은 자아 성찰로 출발한다
제3장 예수님께서 내 영혼과 함께 하시는 신학(1)
제4장 예수님께서 내 영혼과 함께 하시는 신학(2)
제5장 신전(神戰): 다신론과 유일신 사상의 전개
제6장 고대 근동의 만신전과 성경
제7장 역사의 기적 그리고 삶과 영원의 지표
제8장 선악: 선악과와 세계사, 실락원 그리고 득락원의 성취
제9장 운명과 신앙
성경의 유일신 사상은 아주 독특하게 질투하시는 하나님(출 20:5 등)의 정열, 열정, 포부로 충일하여 있다. 고대 근동에서 신들의 싸움(theomachia, 神戰)은 결국 유일신 사상으로 대치되고 이제는 신약성경에서 유일무이한 구세주 사상(monosoterianism, 행 4:12)으로 승화하여 전 세계 선교를 지향하고 있다. 세계사는 인간의 독무대이기보다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다. - 10쪽
철학적 인격주의에서는 인간 존재 속에 1인칭 나(我, Ich, I)와 2인칭 당신(當身, Du, ou)의 두 인격이 해후하며 대화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하나님을 부인하거나 거부하기 전에 벌써 엄연히 하나님과 만나고 있고 하나님과 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 16쪽
철학자 피히테(Fichte)는 자기(ich) 내부에 있는 비자아(非自我, das Nicht-Ich)/타아(他我)를 자기 자아(自我, das Ich)로 진압하고 억누를(unterdruecken)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분명 철학의 반란이 시작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창조자 하나님께 대한 철학의 반란이며 자신의 양심과 자신 안에 있는 타아/비자아/초자아(超自我)/대아(大我)/당신(當身)에 대한 반란이다. - 21쪽
고대 근동과 성경 원문에서 ‘영혼,’ ‘이성,’ ‘양심’과 같은 단어가 없기에 수메르어 sa가 이 모든 형이상학적 개념 범주의 기능 역할을 대신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며 바로 자아 인식과 의식이 여기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sa는 인간에 대한 메소포타미아 신들의 태도가 자리 잡히는 모태요, 의식이 있는 생명체에 신비와 비밀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을 문헌상에서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다. - 31쪽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만신전에서는 아누(Anu) 신이 우두머리였지만 실제 신(神)들 세계의 행정 관리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그는 최고 신으로서 존경과 우대를 받기는 했지만, 오히려 공중과 대기의 신인 엔릴 신이 만신전의 조직, 운영, 관리의 총책이었다. 그런데 이 신들의 총수 격인 막강한 엔릴 신이 자가당착(自家撞着)과 모순과 추행과 약점을 보이고 있다. - 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