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서는 레위기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다룬다. 제1부에서는 레위기의 주요 신학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제2부에서는 17-25장의 윤리적인 부분들을 다룬다. 레위기 하면 재미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책으로 인식하는데 저자는 그런 한계성을 극복하고 레위기 신학과 윤리에 비추어서 오늘날의 주요 문제들과 결부시켜서 이해하기 쉽게 해석해 준다.
추천사 / 박동현 박사(대한성서공회 성경원문연구소장)
저자 서문
제1부 성결법전의 신학
제1장 성결법전의 수사학과 신학
제2장 성결법전의 민간신앙
제3장 레위기의 가족 구조
제4장 성결법전의 땅
제5장 레위기 25장의 형성: 안식년과 희년의 연속성과 불연속성
제6장 토라! 율법인가, 이야기인가?: 레위기 25장의 안식년 규정을 중심으로
제7장 성결법전의 들짐승
제8장 성결법전의 계약신학
제2부 성결법전의 윤리
제1장 제물 도살법과 짐승윤리(레 17:1-9)
제2장 근친상간법과 성윤리, 가정윤리(레 18:1-6, 24-30)
제3장 십계명과 사회윤리(레 19:1-10, 32-37)
제4장 몰렉 제사와 교육(레 20:1-8)
제5장 제사장의 가정생활과 이혼의 문제(레 21:1-8)
제6장 제사 공동체와 타자의 윤리(레 22:10-16, 31-33)
제7장 야웨의 명절과 호모 라보란스(레 23:23-25, 33-44)
제8장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복수의 윤리학(레 24:15-23)
제9장 희년과 경제·사회윤리(레 25:8-55)
참고문헌
박동현 박사 / 대한성서공회 성경원문연구소장, 전 장로회신학대학교 구약학 교수
김선종 박사는 재미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하는 레위기가 알고 보면 옛 이스라엘 사람들의 삶에 아주 중요했던 여러 모습의 신앙과 신학을 생동감 있게 드러내 보여 주면서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삶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하여 자신이 받은 감동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합니다.
이 책은 레위기 가운데서도 17-26장에 집중합니다. 그러면서 거기서 말하는 ‘거룩함’이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이 되는지를 몇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다룹니다.
성결법전은 민중의 언어로 민중이 이해한 하나님을 드러낸다. 성결법전에 나타난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과 음식을 나누기 위해 제단에 임하신다. 성결법전에서 하나님과 백성을 잇는 도구는 바로 떡, 음식인데, 이것은 제사에 대한 원시적인 사상을 반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구체적인 음식에서마저 하나님을 묵상함으로써, 일용할 양식이 지니고 있는 거룩함을 설파한다. 하나님과 백성을 연결하는 끈으로서 음식을 설정한 성결법전은 고대 이스라엘 종교의 저차원적인 사고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구체적이고 치열한 현실 속에서 신과의 만남을 원했던 민중의 신앙을 드러낸다.
p. 47
신명기에 의하면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에 의해 선택된 ‘거룩한 백성’(7:6; 14:2, 21; 26:19; 28:9 등)이다. 그러나 레위기는 단 한 번도 이스라엘 백성이 그 자체적으로 거룩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지킴으로써 거룩하게 ‘되어야’ 하는 존재이다(레 19:2). 신명기가 혈통이라는 관점 아래 이스라엘 백성과 이방인을 구분한다고 있는 반면. 레위기는 땅이라는 관점 아래 ‘원주민’과 ‘거류민’을 구분한다(레 16:29; 17:15; 18:26; 19:34; 24:16; 24:22 등). 신명기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거룩하다면, 레위기에서 거룩한 것에 해당하는 것은 땅이다. 이러한 점에서 레위기에서는 땅 위에 존재하는 땅의 주인과 그 땅에 객으로 사는 거류민 사이의 차별은 상당히 줄어든다.
p.88
레위기 25장의 안식년법과 창세기 47장 요셉 이야기 사이에 조화시키기 힘든 차이가 존재한다면, 토라의 다른 부분에서 인간의 지혜와 노력 없이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백성들이 생존한 경험을 전하는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독자들은 출애굽기 16장과 민수기 11장에 있는 만나와 메추라기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일곱째 해에 어떠한 일도 해서는 안 되듯이, 이들은 광야에서 일곱째 되는 날에는 만나를 주워서는 안 되었다. 이러한 내용적 연관성 외에 주목해야 하는 점은 안식년법 본문과 만나 이야기 본문이 공통적으로 ‘야웨를 위한 안식’이라는 제의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출 16:25; 레 25:2, 4). 이들 본문은 같은 용어와 동일한 신학의 주제를 발전시킴으로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은혜를 강조한다.
p. 134
더 이상 자식을 불태워 신에게 바치지 않는다고 해서 몰렉 제사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오늘날 몰렉 제사의 정신이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면, 과거와 모습은 다를지라도 몰렉 제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이 하나님과 동시에 자본과 권력을 섬긴다면, 그리스도인이 무언가를 얻으려는 마음에서 예수를 따른다면, 몰렉 신이 오늘날까지 살아있다고 볼 수 있다. 겉으로는 하나님을 말하지만, 속으로는 돈과 힘을 바라는 것이 몰렉 제사이다.
p. 227
이처럼 사람도 6일 동안 노동하고 7일째 날, 안식일에는 어떠한 일도 하지 말고 쉬라고 명하신다. ‘안식일’은 히브리 동사 ‘쉬다’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쉬는 것을 나타내지 않고 더 강한 의미로 ‘멈추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쉬고 휴식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적으로 또한 의도적으로 멈추는 것이다. 일을 멈추는 것은 자신의 공의와 공로를 부인하는 행위이다. 일에 중독된 사람은 일을 멈출 수 없다. 멈춤은 포기와 잃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된 신앙인은 멈추고, 가만히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볼 용기를 가지고 있다.
p. 260